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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수필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기까지.

by 짱성혁짱짱 2025.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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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까지 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은 마치 첫사랑과 같다. 누구나 한 번쯤 품어보는 생각이지만, 그만큼 이루어지기가 쉽지 않다. 현실 또한 쉽지 않다. 우리는 자유경제체제 안에서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다는 것은 우리의 선택지에서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예전의 나는 평균적인 삶을 꿈꿨다. 안정된 직장, 꾸준한 수입, 그리고 평범한 일상이 내가 그리던 삶이었다. 그렇게 선택한 첫 직장은 2017년 서울 사대문 안에 있는 L기업이었다. 

나는 파주에서 광화문까지 왕복 4시간 출퇴근 버티면서 의무감으로 일상을 이어갔다. 내 명함에는 큼지막하게 L기업의 이름이 박혀 있었고, 그 아래에 내 이름과 직책이 나란히 적혀 있었다. 당시 27살 사회초보생인 나에게 이 명함은 꽤나 큰 자부심과 소속감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그 소속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광화문 안에서의 일상은 매일 같은 색깔의 세상만 보였다. 매일 반복되는 출퇴근길과 업무는 내게 점점 답답함을 안겨줬고, 언젠가부터 명함이 주던 자부심과 소속감마저 희미해졌다. 그래서 담백하게 선택을 하였다. 너무 같은 일상이 반복되어 언제인지도 기억이 안나는 퇴근길에서 나는 결정했다. 파주를 향해 제2자유로를 달리는 M버스 안에서 결정했다. 

 

하고 싶은걸 하기로. 버스에서 내리기 전 잡코리아 어플에서 가장 가까운 목공방을 찾은 다음 지원하기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일주일 뒤 나는 파주 운정역 근처에 있는 목공방에서 목수가 되어 있었다.

목수의 길을 새로웠고 늘 재밌었다. 스틱 포터를 몰고 전국을 돌아다녔으며, 직원 1명으로 시작하여 10명까지 늘어나서 호황을 이룬 적도 있었고, 백화점 입점도 경험하고, 라이브커머스도 경험했다. 국가대표 축구선수, 배우, 전직 아이돌과 같은 유명인들의 가구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그리고 상담을 할 때에는... 정말 다양한 인간 군상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단순히 나무를 자르고 다듬는 목공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일들을 많이 경험했기 때문에 단 한 번도 후회를 하지 않았다.

4년 동안의 스릴 넘치는 목수 생활은 코로나19시대에 접어들면서 끝나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나는 양조장을 준비한다. 이 또한 담백한 선택이었다. 

술을 만드는 것은 가구를 만들 때와 비슷하다. 내가 만든 것이 사람들에게 작은 즐거움을 주는 모습을 보면, 참 기분이 좋다. 그 기쁨은 물리적인 만족감을 넘어서 내 삶에 대한 확신을 준다. 

나의 삶을 돌아보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은 그저 담백한 용기였다. 하고 싶으니까 한다.라는 단순한 행동이 시작이었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건 거창한 계획과 커다란 용기가 필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질문과 담백한 답이면 된다. "하고 싶은가?"그리고 "그렇다면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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