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의 소주가 원조이다.
어제 술 인문학 책을 읽다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일본에는 우리나라 소주(焼酒)와 발음과 한자가 비슷한 쇼추(焼酎) 라는 술이 있다고 한다.
일본의 쇼추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쌀, 고구마, 밀 등으로 증류한 증류주이다. 한자음으로 읽으면 '소주'이지만, 한국의 소주는 술 주(酒)를, 일본 쇼츄의 경우 진한술 주(酎)를 사용한다. 현재 우리가 흔히 마시는 초록색 병의 희석식 소주와는 달리, 원재료의 향을 살리는 단식 증류를 사용한다. 재료의 본연의 맛을 중요시하는 우리나라 전통 소주와 결이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조금 더 찾아보고 공부해 보니, 단순히 이름만 비슷한 게 아니라, 역사적으로 꽤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었다.
1. 뿌리는 중동
본디 증류 기술의 뿌리는 중동 Arak에서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려시대 몽골군의 침략 의해서 전파되었다. 몽골군의 주둔지였던 안동, 개성, 제주도에서 소주가 발달한 이유이다.
반면 일본은 여러 썰이 있는데,
- 오키나와 왕국이 동남아시아와 교역을 하다가 전파되었다
- 임진왜란 당시 끌려간 포로에 의해서 전파되었다
- 중국 상인들에 의해서 전파되었다
비슷한 이름의 술이지만, 그 시작은 서로 다르다. 우리나라는 침략에 의해 들어온 서글픈 소주이다. 나라가 짓밟히는 과정에서 강제로 이식된 기술이 우리식으로 뿌리를 내렸다. 일본은 자신들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 들어온 술이다. 무역을 통해서 돈을 벌거나, 전쟁을 통해 약탈해 가는 과정에서 전파되었기 때문이다.
뿌리는 같을지 몰라도, 그 뿌리로 인해 결실이 맺기까지 견뎌낸 시간은 사뭇 다르다. 우리 소주는 침략이라는 먹먹한 역사 속에서 생명을 틔워낸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2. 쇼츄의 등장
일본에서 쇼츄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가장 오래된 기록은 국가 문서가 아니다. 어느 신사 천장에서 발견된 목수의 낙서다.
1559년, 일본의 한 신사를 보수하던 목수 두 명이 지붕 기둥에 몰래 글자를 남겼다.
건물주 놈이 너무 인색해서 쇼츄 한 번을 안 사주더라. 진짜 고약한 자식이다
그 당시에도 일 끝나고 마시는 한 잔 하는 문화가 있었나 보다. 그리고 얼마나 분했으면 500년이 지나도 그 분함이 지워지지 않았을까. 나 또한 목수일을 했었기 때문에, 그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분노가 차오르지 않을 수가 없다.
지금의 한국의 소주와 일본의 쇼츄는 비슷한 이름이지만, 맛도 다르고 음용하는 법의 차이도 크다. 아락이라는 뿌리는 같을지 몰라도. 그 뿌리를 통해 맺어진 역사를 다시 한번 되짚어보며, 앞으로 새로 준비하는 양조장에 어떤 술을 담아낼지 더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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