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무용한 것을 좋아한다. 지구 위로 쏟아질 것 같은 보름달, 드라마 도깨비에서 "아저씨 좋아해요"라고 하는 김고은의 눈웃음 같은 그믐달, 벤치에 앉아 담배 한 대 피울 때 맞는 2월 말의 다가오는 봄날의 햇살, 작년에 사둔 책에서 나는 오래된 종이 냄새 등
아침잠을 깨기 위해 앉아서 침대 옆 책 무더기를 그저 멍하니 바라보았다. 문득 작년에 사둔 오래된 책이 생각나서 책 무더기 중간에 끼어 있는 오래된 종이의 냄새를 맡았다.
눅눅하면서, 뭔가 고소한 냄새
냄새를 맡은 김에 몇 장 읽어보았다. 책에는 이슬람의 금주 율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금주'라는 단어는 양조장 대표의 아침잠을 깨기 위한 도파민으로 아주 좋은 단어였다. 이슬람은 율법상 금주를 엄격히 여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상류층과 왕족은 음주를 즐긴다. 그것도 초고급 주류를 즐긴다. 이 간극 속의 모순이 양조장 대표의 아침잠을 완전히 깨기 위한 도파민으로 작용했다. 인간은 억제할수록 튕겨 나가게 되는 감정이 있다.
욕망
본능을 제재할수록 그에 반하는 욕망의 값은 더 비싸진다. 그래서 유용한 목표가 생겼다. 중동에 수출하기.
그런데 재미있는 건, 알코올의 역사는 이슬람의 본진인 중동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그들에게 종교가 주는 많은 유용한 것들이 있겠지만, 그것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무용한 규율을 만들어 냈을까. 생각해 보니, 술은 인류의 역사에서 착한 녀석은 아니다.
중국의 많은 왕조들이 알코올 중독으로 몰락했으며, 세계적인 화가 빈센트 반 고흐도 알코올 중독과 환각 증세로 인해 자신의 귀를 자르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리고 1876년 강화도 조약 당시 조선의 담당자들은 일본이 건네준 샴페인과 맥주 맛에 취해, 치외법권과 같은 불평등 조약에 서명하였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술을 금한 것은 인류의 생존 전략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양조장 대표로서 참을 수 없다!!! 술이 없는 인생.. 거 얼마나 재미없는 인생이겠는가.100년도 살지 못하고, 그 생의 25% 이상을 술을 마시지 못하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취함의 재미마저 뺏어가면 무슨 낙이 있을까.
그래서 오늘은 낮술을 마셔야겠다.
술은 취함의 미학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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